<物 篇>
天地生物之數가 有萬其衆이로되 而若言其動植之物이면
則草木禽獸蟲魚之屬이 最其較著者也니라
천지가 물건을 낳은 수는 그 무리가 만 가지가 있는데, 그 동물과 식물을 말한다면
초목.금수.충어(蟲魚)의 등속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 것들이다.
飛者는 爲禽이요 走者는 爲獸요 鱗介者는 爲蟲魚요 根植者는 爲草木이니라
나는 것은 새가 되고, 달리는 것은 짐승이 되고,
비늘과 껍질이 있는 것은 벌레와 물고기가 되고, 뿌리로 심겨진 것은 초목이 된다.
飛禽은 卵翼하고 走獸는 胎乳하며 飛禽은 巢居하고 走獸는 穴處하며
蟲魚之物은 化生者最多而亦多生於水濕之地니라
나는 새는 알을 날개로 품고, 달리는 짐승은 태(胎)로 낳아 젖을 먹이며,
나는 새는 둥지에서 살고, 달리는 짐승은 굴에서 살며,
벌레와 물고기의 물건은 변화하여 생기는 것이 가장 많은데, 또한 물과 습한 땅에서 많이 자란다.
春生而秋死者는 草也요 秋則葉脫而春復榮華者는 木也라 其葉蒼翠요 其花五色이니
其根深者는 枝葉이 必茂하고 其有花者는 必有實이니라
봄에 났다가 가을에 죽는 것은 풀이요, 가을이면 잎이 떨어졌다가 봄이면 다시 꽃이 피는 것이 나무이다.
그 잎이 푸르고 그 꽃이 오색(五色)이니, 그 뿌리가 깊은 것은 가지와 잎이 반드시 무성하고,
그 꽃이 있는 것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虎豹犀象之屬은 在於山하고 牛馬鷄犬之物은 畜(휵)於家하니
牛以耕墾이요 馬以乘載요 犬以守夜요 鷄以司晨이요 犀取其角이요 象取其牙요 虎豹는 取其皮니라
호랑이.표범.물소.코끼리의 등속은 산에 있고, 소.말.닭.개의 동물은 집에서 기르니,
소로써 밭을 갈고, 말로써 타거나 짐을 싣고, 개로써 밤을 지키고, 닭으로써 새벽을 맡게 하며,
물소는 그 뿔을 취하고, 코끼리는 그 이빨을 취하고, 호랑이와 표범은 그 가죽을 취한다.
山林에 多不畜之禽獸하고 川澤에 多無益之蟲魚라
故로 人以力殺하고 人以智取하여 或用其毛羽骨角하고 或供於祭祀賓客飮食之間이니라
산과 숲에는 기를 수 없는 새와 짐승이 많고, 냇물과 연못에는 유익함이 없는 벌레와 물고기가 많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힘으로써 죽이고, 사람들이 지혜로써 취하여,
혹은 그의 털.깃털.뼈.뿔 등을 이용하고, 혹은 제사와 손님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사이에 제공하기도 한다.
走獸之中에 有麒麟焉하고 飛禽之中에 有鳳凰焉하고 蟲魚之中에 有靈龜焉하고 有飛龍焉하니
此四物者는 乃物之靈異者也라 故로 或出於聖王之世하나니라
달리는 짐승 가운데에는 기린이 있고, 나는 새 가운데에는 봉황이 있으며,
벌레와 물고기 중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 있고, 나는 용이 있다.
이 네 가지 동물은 곧 물건 중에서 신령스럽고 특이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혹 성왕(聖王)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稻粱黍稷은 祭祀之所以供자盛者也요 豆菽모麥之穀은 亦無非養人命之物이라
故로 百草之中에 穀植이 最重이요 犯霜雪而不凋하고 閱四時而長春者는 松柏也니
衆木之中에 松柏이 最貴니라
벼.조.기장.피는 제사의 자성(자盛:제물)으로 바치는 것이요,
팥.콩.보리 등의 곡식은 또한 인명(人命)을 기르는 물건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므로 온갖 풀 가운데 곡식이 가장 중하며, 서리와 눈을 범해도 마르지 아니하고,
사시(四時)를 지나도 항상 봄처럼 푸른 것은 소나무와 잣나무이니,
모든 나무 가운데 소나무와 잣나무가 가장 귀하다.
梨栗枾棗之果가 味非不佳也로되 其香芬芳이라
故로 果以橘柚爲珍하고 蘿蔔蔓菁諸瓜之菜가 種非不多也로되 其味辛烈이라
故로 菜以芥薑爲重하나니라
배.밤.감.대추 등의 과일은 맛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되, 그 향기가 짙기 때문에
과실은 굴과 유자를 보배로 여긴다. 무우와 순무와 모든 오이의 채소는 종류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니되,
그 맛이 매우 맵기 때문에 채소는 겨자와 생강을 귀중하게 여긴다.
水陸草木之花에 可愛者甚繁이로되 而陶淵明은 愛菊하고 周濂溪는 愛蓮하고
富貴繁華之人은 多愛牧丹하나니
淵明은 隱者라 故로 人以菊花로 比之於隱者하고
濂溪는 君子라 故로 人以蓮花로 比之於君子하고
牧丹은 花之繁華者라 故로 人以牧丹으로 比之於繁華富貴之人이니라
물과 육지에 있는 초목의 꽃으로서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으나,
도연명은 국화를 사랑하였고, 주렴계는 연산꽃을 사랑하였고,
부귀하고 번화한 사람들은 많이 모란을 사랑한다.
도연명은 은자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국화로써 은자에 비유하고,
주렴계는 군자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연꽃을써 군자에 비유하고,
모란은 꽃 중에서 가장 번화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란으로써
부귀하고 화려한 사람에게 비유한 것이다.
物之不齊는 乃物之情이라 故로 以尋丈尺寸으로 度物之長短하고
以斤兩치銖로 稱物之輕重하고 以斗斛升石으로 量物之多寡니라
물건이 똑같이 아니함은 바로 물건의 실정이다. 그러므로 심(尋).장(丈).척(尺).촌(寸)으로써
물건의 길고 짧음을 헤아리고,
근(斤).냥(兩).치(치).수(銖)로써 물건의 가볍고 무거움을 달고,
두(斗).곡(斛).승(升).석(石)으로써 물건의 많고 적음을 헤아린다.
算計萬物之數는 莫便於九九하니 所謂九九者는 九九八十一之數也니라
만물의 수를 계산함에는 구구단보다 더 편한 것이 없다. 이른바 구구단이란 九九八十一의 수이다.
右는 物篇이라
이상은 물건에 대한 편이다.